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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렁에 빠진 봉선화
이름: 찬비(엄남희) * http://chanbi.kr


등록일: 2012-07-18 09:51
조회수: 3029


20120717-02.jpg (206.3 KB)

'울밑에 선 봉선화'가 아니고 쌍계사 수렁에 빠진 봉선화입니다.
저 수로 끝 오른쪽 꽃밭에서 씨앗이 떨어져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멈춘 이 곳.
여기가 이 봉선화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빛을 찾아 올라와 꽃도 피웠고 무거운 열매 주렁주렁 달아도
튼튼한 철망 지지대가 있으니 비바람에 쓰러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갑갑한 심정은 어쩔 수 없을 거예요.

봉선화는 줄기와 잎에 많은 꿀샘(밀선)이 있어 개미들이 무척 좋아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유심히 살펴보면 줄기 위로 연신 올라 다니는 개미를 볼 수 있고
또 주변엔 개미집도 있습니다.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이 원산지인 이 식물이 언제부터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 기록에도 있는 걸 보면 무척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친숙했음을 알 수 있고
일제시대엔 나라 잃은 민족의 애환을 담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시대부터 봉선화로 기록되어 있지만 지금 우린 '봉숭아'라 더 많이 불렀습니다.
그러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봉선화'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를 따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반딧불 날아다니는 여름 밤,
엄마는 이 봉선화의 꽃으로 우리 손톱에 빨갛게 물을 들여 주셨습니다.
낮에 미리 따놓아 시들해진 꽃잎을 백반과 함께 돌멩이로 콕콕 찧어서 손톱위에 올리고
호박잎이나 닥나무 잎으로 돌돌 감싼 후 풀어지지 않게 면실로 매어놓고 잠을 잡니다.
다음날 아침 어떻게 물들었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풀어보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으로는 연한 주황색이 되므로 보통은 두번 정도 반복해야 빨갛게 됩니다.
알고보면 이렇게 물드는 색소는 꽃보다 잎에 더 많이 들어 있어 잎으로도 가능하지만
사실 잎으로만 하기엔 어쩐지 좀 낭만이 없죠? ^^
요즘 아이들에겐 아마 생소할텐데요.
올 여름엔 봉선화 꽃잎 구하여 딸아이의 손톱 빨갛게 물들여 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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