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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일홍의 특별한 수술
이름: 찬비(엄남희) * http://chanbi.kr


등록일: 2012-07-11 10:55
조회수: 3679


20120709-01.jpg (199.8 KB)
20120709-02.jpg (203.6 KB)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진한 분홍빛을 강하게 뿜어내고 있는 이꽃은 백일홍입니다.
바닷가 아리따운 처녀와 어떤 젊은이의 슬픈 사연이 들어있기도 한 이 백일홍은
예쁜 꽃이 백일동안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일홍은 귀화식물로 200년쯤 전,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잘 맞고 그 이름답게 꽃피는 기간도 길어서 예나 지금이나
꽃을 가꾸는 분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식물입니다.

단 한번도 백일홍을 본 적이 없는 사람 있을까요? 아마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
그만큼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꽃으로 시골집 꽃밭에서뿐 아니라 도심의 화단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꽃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쪽의 가장자리에 다섯갈래로 갈라진 노란 꽃모양들이 보이는데 이것은 수술입니다.
꽃색은 분홍, 노랑, 빨강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 부분만큼은 모두 노란색을 유지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백일홍만의 특별한 수술이지요.

꽃의 구조 중 하나인 수술은 꽃의 진화와 함께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는데요.
일반적으로 흔한 형태는 수술대 위에 꽃가루주머니인 꽃밥이 달리는 화사형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수술이 꽃모양으로 변한 것이 있는데 식물학적 용어로 '화판상웅예(花瓣狀雄蘂, petaloid)'라 합니다.
화판상웅예(꽃모양 수술)는 닭의장풀에서도 볼 수 있고
이는 불임성 수술인 위웅예(僞雄蘂, staminodium)입니다. 즉, 헛수술인 셈이죠.

훗날 나의 꽃밭을 갖게 된다면 꼭 심고 싶은 꽃이 몇 있는데, 백일홍은 그 중 하나입니다.
태어날때부터 늘 봐왔던 엄마가 가꾸던 꽃밭엔 해마다 백일홍이 피었고 그 때문인지 백일홍 보면 고향생각이 납니다.
지금 평창의 엄마집엔 백일홍이 혼자 피어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2년전 늦은 여름 가까운 거리에 백일홍마을이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열심히 찾아갔던 생각이 납니다. 물론 기사를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니어서 실망이 컸지만,
그렇게 백일홍 이야기만 들어도 당장 달려갈 정도로 백일홍은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습니다.

간혹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가 백일홍이 심겨 있는 마당을 보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고
꼭 들어가서 가까이 보게 됩니다. 꽃을 가꾸는 사람은 대부분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주니까요.
행여 주인이 없어 들어가지 못할 상황이면 담장 밖에서라도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백일홍을 심고 있는 욕심없는 마음과 그 손길을 생각하다보면
꽃을 심은 그에 대해 얼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느새 정이 가고 마음이 포근해져 옵니다.

이제 백일홍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혹시 백일홍을 만나거든 조금만 허리를 굽혀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다섯개로 갈라진 노랗고 작은 꽃모양수술의 예쁜 유혹에 가던  걸음 마저 잊고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마음껏 받아 들이십시오.
사랑과 평화가 그안에 있어 하루가 뿌듯하고 행복할 겁니다.
그것은 식물이 우리에게, 말없이 주는 또 하나의 혜택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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